구글 검색 광고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쿠키 정책의 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회사인 구글이 쿠키를 없애겠다고 한 것, 이런 결정은 결국 구글에게 유리하기 때문인데 그게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으신가요? 개인정보 보호와 광고 타겟팅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구글의 쿠키 정책 변화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구글이 쿠키를 없애겠다고 했다가 다시 유지하겠다고 하니, 마치 다이어트를 선언한 후 냉장고를 비우지 않는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사실 이 결정은 구글이 원한 것이 아닙니다. 구글은 씁쓸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Privacy Sandbox를 계속해서 개발하겠다고 확언했고, 이 결정을 통해 구글이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지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본 글은 구글의 쿠키 정책 변화 배경과 이유를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상황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며, 이런 토대 위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글이 깁니다. 여러 번 나눠서 읽거나 여러 사람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TL;DR - 내용 요약
- 구글은 광고 회사다.
- 그 중에서 검색 광고 매출이 가장 크다.
- 이 검색 광고 매출은 높은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에 기반한다.
- 이 높은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은 높은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에 기반한다.
- 안드로이드 OS는 2019년 이후 조금씩 iOS에게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 OS 점유율이 낮아질수록 광고 매출이 위험해진다.
- 구글은 검색 점유율을 둘러싼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들이 필요하고, 그 중 하나가 Privacy Sandbox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은 Privacy Sandbox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서드파티 쿠키가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GAID라도 없어져야 Privacy Sandbox가 생태계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겠죠.
구글은 쿠키를 없애고 싶었다
먼저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시작해보죠.
- 2024년 7월 22일,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유지하겠다고 Privacy Sandbox 블로그를 통해 알립니다.
- 여기에서 구글은 이 결정이 규제 기관, 시민 사회, 광고 산업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피드백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 시간을 거슬러보면 2021년 1월 영국의 규제 기관인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는 Privacy Sandbox가 미칠 영향에 대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모든 데이터가 구글에 집중되고, Privacy Sandbox가 구글 자체 인벤토리를 편애하며, 크롬 브라우저가 이 구조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 CMA는 조사에 대한 진척사항을 여기에 계속 공개적으로 업데이트 해왔습니다.
- 이런 식의 저항하기 어려운 오랜 압박 끝에 구글이 지금과 같은 결정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쿠키를 유지하는 것은 그동안 구글이 말해온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라서 이 소식은 업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압력에 의해 쿠키를 유지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구글은 Privacy Sandbox를 계속하겠다고 말했고, 안드로이드 기기 식별자인 GAID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죠.
만약 GAID까지 없애지 않겠다고 구글이 말을 뒤집었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Privacy Sandbox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글은 이것을 계속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따라 저는 구글이 GAID를 약속대로 없앨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는 외부의 압력이 있어도 타협할 수 없는 아주 구조적이고 강력한 동기가 있고요.
문제는 돈 - 구글의 매출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구글의 광고 매출 구성을 자세히 분석하면 구글의 의사 결정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서 알 수 있는 몇 가지를 정리해볼까요?
- 구글은 광고회사가 맞다. 여전히 전체 매출의 77%가 광고에서 발생한다.
- Google search & other가 전체 매출에서 57%를 차지한다.
- YouTube 광고매출은 2019년 대비 2023년 2배 넘게 성장했다. 이는 구독매출을 제외한 순수한 광고매출만을 포함한다.
- Google Network는 2023년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데이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23년 구글 전체 매출 중 Google search & other의 비중이 57%라는 것입니다. 구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구글 검색에 달려있습니다. 이걸 보니 검색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구글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살림의 절반이니까요.
Google search & other definition
Google Search & other, which includes revenues generated on Google search properties (including revenues from traffic generated by search distribution partners who use Google.com as their default search in browsers, toolbars, etc.), and other Google owned and operated properties like Gmail, Google Maps, and Google Play.
구글 검색 매출의 원동력
바로 검색 점유율입니다. 그림을 보시죠.
굳이 몇 %인지 차트에 넣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2013년 88.61%가 최저 점유율이고 구글은 역사적으로 90% 초반의 검색 점유율을 언제나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검색 엔진 시장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못 할 것이 없을 겁니다. 저는 Privacy Sandbox와 쿠키 제거가 이를 위해 계획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 때문에요.
검색 점유율은 크롬 브라우저 때문
사라진 브라우저들과 Edge를 제외하면 모두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입니다.
점유율이 17%를 넘는 사파리도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인데요, 이를 위해서 구글은 애플에게 막대한 대가를 치릅니다. 조건은 이렇습니다.
- 사파리에서 발생한 구글 검색광고 수익의 36%를 애플에 지불함
2022년에 약 20억 달러였다고 하고, 이는 그해 구글 전체 매출의 7%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출혈을 감당하면서도 구글은 검색엔진 점유율을 지키려고 합니다. 이게 가장 큰 수익원이니까요.
이제 생각해보죠. 구글은 엣지나 사파리 브라우저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 중에서도 점유율이 17%가 넘으면서도 아이폰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가 꽤 성가신 존재일 것입니다. 이런 사파리의 점유율은 결국 iOS 점유율에 의해 결정되죠.
모바일 브라우저와 모바일 OS의 상관관계
이번엔 모바일 OS 점유율과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을 함께 볼까요?
데이터로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안드로이드-크롬 이렇게 한 쌍, 그리고 iOS-사파리 이렇게 한 쌍. 서로 같은 몸이다.
- 각 OS나 브라우저는 시장 포화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쪽 쌍이 성장하면 반대 쪽이 하락한다.
- 대신 iOS-사파리 사이엔 갭이 조금씩 증가하지만, 반대로 안드로이드-크롬 사이엔 갭이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미 데스크탑 시장은 매우 오래전부터 포화였으니 논외로 하고, 이제는 모바일 시장도 포화상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시장 자체는 커지지 않고, 규모가 정해진 시장 내에서 서로 뺏고 빼앗기는 상태로 봐야 합니다. 한쪽 OS가 올라가면 다른 쪽 점유율이 내려가니까요.
구글에게 다행인 것은 크롬 브라우저 자체의 경쟁력이 사파리에 앞선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iOS-사파리는 갭이 커지지만 안드로이드-크롬은 갭이 줄고있죠. 이는 크롬 브라우저가 로그인 한번이면 모든 것을 동기화해주는 강력한 유저 경험으로 시장에서 우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드로이드-크롬의 파이널 보스는 아이폰
결론에 가까워지는 이 시점에 몇 가지 내용들을 상기해볼까요?
- 구글은 검색광고 회사
- 검색 점유율이 높아야 함
- 이를 위해선 크롬 브라우저 점유율이 높아야 함
- 이를 위해선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이 늘어나야 함
그런데 안드로이드 OS 점유율, 어떻게 되고 있나요?
시장이 포화상태가된 2018년 이후 최대 77%였던 점유율이 2023년엔 68%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안드로이드 시장의 소득 수준이 증가해왔고, iPhone 12부터 iPhone 15까지 뛰어난 기기들이 보급되기도 했죠. 그리고 이 시기부터 아이폰의 프라이버시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장이 포화되었다? 여러분이 CEO라면 어떤 전략을 펼치겠습니까? 이제 오가닉 성장은 없습니다.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경쟁자로부터 빼앗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경쟁자의 약점을 들추고, 그것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내 장점을 보여야 하겠죠. 이때부터 지금까지 애플의 비수는 프라이버시입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태생부터 서드파티에 열려있습니다. 그리고 쿠키나 안드로이드 단말기 식별자를 서드파티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환경입니다. 반면 iOS 생태계는 엔드-투-엔드로 애플이 통제하며 서드파티에 배타적인 편입니다. 사파리의 엔진인 WebKit은 ITP(Intelligent Tracking Prevention)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고 일찌감치 브라우저에 적용했죠. ITP는 대표적으로 이런 역할을 합니다.
- 서드파티 쿠키 차단
- 교차 사이트 추적 방지
- 추적 도메인에 대한 조치
- 스크립트에 의해 저장된 데이터는 7일 후 만료
나아가 애플은 예고했던 ATT(AppTrackingTransparency)를 2021년 봄에 도입하며 단말기 광고 식별자인 IDFA 수집에 제동을 겁니다. 덕분에 Meta의 주가는 26% 하락하고 프라이버시가 시장에 10억 달러 정도의 임팩트를 남겼다는 평가를 얻었죠. 애플과 단말기 생태계의 경쟁자이면서, 광고사업에 있어서 유저 데이터가 자산인 구글은 Meta 이상으로 심각하게 실존적인 위협을 느꼈을 것입니다.
구글도 프라이버시를 간절히 원한다
구글 생태계를 태양계라고 가정해봅시다. 이 태양계는 검색광고 매출이 만유인력입니다. 이 만유인력은 검색 엔진 점유율에 의존하고 있고, 이 검색 엔진 점유율의 배후엔 두 가지 매우 근본적인 일반법칙이 작용합니다.
- 브라우저 점유율
- 모바일 OS 점유율
애플은 이 두 요소를 억누를 수 있는 비대칭 전력, 프라이버시를 가지고 있으며 2019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iOS 점유율을 늘려왔죠.
구글이 Privacy Sandbox 이니셔티브를 시작한 것이 2019년 8월입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캠페인에 대한 대응이죠. 애플이 계속해서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고 이것이 OS 점유율에 영향을 주는 한 구글도 Privacy Sandbox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또한 앞에서 Meta 사례를 보았듯이 ATT와 같은 파괴적인 정책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 실질적인 데미지를 줍니다. 이에 대해 연구한 논문에서도 결과를 밝혔듯이, 개인정보 없는 디지털 광고는 소비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죠. Privacy Sandbox는 쿠키와 단말기 식별자 없이도 광고 생태계가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입니다. 이 생태계 모두에게 필요하고 구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은 쿠키와 GAID 없이도 괜찮다
쿠키와 단말기 식별자, 이것들을 제거하는 것이 광고회사로써 위험한 선택일 수 있으나, OS와 브라우저에서 프라이버시를 달성하는 것이 구글에겐 이익입니다.
몇 가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먼저 The Open Internet을 보죠. 콘텐츠가 공개되어 있어서 유저는 회원가입이나 구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공급자는 광고를 노출해서 수익을 올리죠. 어떤 광고가 노출될지는 쿠키 또는 GAID를 key로 쌓은 데이터에 크게 의존합니다. 페이지뷰당 수익을 높이려면 데이터의 질이 좋아야 하는데, 이제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인해 데이터 자체도 부족하고 질도 낮습니다. 이쪽 플레이어들이 프라이버시 이니셔티브 이후에 가장 고통을 겪는다고 봐야 합니다.
그 다음 The Logged-in Internet을 보겠습니다. OTT, CTV, 저널리즘 등 프리미엄 구독 콘텐츠 서비스들이 보입니다. 구독 기반이므로 유저는 로그인을 해야합니다. 유저가 로그인을 한다는 것은 퍼블리셔가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작은 스케일에선 쿠키나 GAID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저 + 행동 + 맥락적 데이터로 광고를 서빙 할 수 있습니다. The Open Internet 보다는 훨씬 상황이 낫습니다.
이제 구글의 광고 상품을 생각해봅시다.
- Google Search & others - 쿠키 사용합니다. 그러나 퍼스트파티 쿠키입니다. 구글이 없애는 것은 서드파티 쿠키와 GAID 입니다. 게다가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OS는 로그인 매커니즘이 기본입니다. 구글이 서드파티 쿠키와 GAID를 없애도 이 영역은 타격이 없다고 봐야합니다.
- YouTube Ads - 쿠키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의존도가 낮습니다. 게다가 로그인 메커니즘이 다른 구글 지면들보다 잘 통하는 곳이죠. 서드파티 쿠키와 GAID가 없어져도 타격이 없습니다.
- Google Network - 서드파티 쿠키 사용하고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AdMob 같은 앱 네트워크는 GAID에 의존적이죠. 하지만 생각해보죠. 이 부문은 그동안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2023년엔 역성장했습니다. 게다가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기술 스택이 복잡한데다 거래에 들어가는 기본 비용도 작지 않습니다. 또한 MFA(Made for Advertising) 사이트가 난립하면서 품질관리에도 상당한 리소스가 필요하죠. 이 부분은 그래서 마진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쿠키와 GAID를 없애서 네트워크 부문이 타격을 입더라도 구글은 Privacy Sandbox로 데미지를 최소화 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또한 프라이버시 이니셔티브로 광고 생태계의 전체적인 생산성이 낮아져도 구글의 검색이나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에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죠. Privacy Sandbox로 쿠키와 GAID를 없앰으로써 애플의 프라이버시 캠페인에 맞설 수 있다면 구글은 약간의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구글의 최근 쿠키 정책 변화는 단순한 임기응변이 아닙니다. 자사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프라이버시에 발맞추는 전략적 대응입니다. 크롬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 OS의 사용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Privacy Sandbox 이니셔티브는, 구글의 광고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검색 광고를 보호하면서도 경쟁자의 움직임을 무력화 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구글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그리고 그것이 광고 시장과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문제는 기업의 합리적인 결정이면서도, 애드 태크 생태계의 기회와 위협이면서도, 우리의 디지털 권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광고 타겟팅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이는 디지털 광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대응과 의사결정에 이번 분석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