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ATT는 우리의 쇼핑 습관에 영향을 주었다
ATT(App Tracking Transparency)라는 프레임웍 하나가 광고와 광고주의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감소시키는데 영향을 준다는 가설 또는 뇌피셜. 애드 테크에 종사해온 분들 중 아마 이 생각을 해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트위터에서 제 타임라인에 자주 출몰했던 논문이 있어서 읽어봤더니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 같아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이 논문은 Meta의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이고, 이를 통해 ATT 도입 이후에 광고 매체와 광고주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추론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문 정보는 다음과 같아요.
- 제목: Evaluating The Impact of Privacy Regulation on E-Commerce Firms: Evidence from Apple's App Tracking Transparency
- 저자: Guy Aridor, Yeon-Koo Che, Brett Hollenbeck, Daniel McCarthy, Maximilian Kaiser
- 링크 -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4698374
너무 지겹지만 ATT 간단 정리
모든 모바일 단말기에는 여러가지 종류의 고유 ID가 있어요. 이 중 '광고'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ID가 있는데, 아이폰에서는 이 식별자를 IDFA라고 부르죠. 이 식별자는 앱이 단말기에서 아무렇게나 수집할 수 있었는데, 애플이 ATT 프레임웍을 강제한 이후로는, 반드시 단말기 사용자가 수집에 동의한 경우에만 앱이 IDFA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에요. 애플의 CTV를 유심히 봐왔던 분들 중에선 이 '프라이버시' 주제의 캠페인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거에요.
IDFA를 수집한다고 해서 이 광고만큼 잔인하게 사생활이 침해되진 않아요. 그렇지만 구조적으로 비슷한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죠.
논문에서 언급하는 파급효과들
핵심을 정리하면 이래요.
- 광고 성과
- ATT 이후 Meta 광고의 클릭률 37% 감소
- 광고주들은 Meta 광고 지출을 줄이고 Google로 이동
- Google 광고의 시장 점유율 5% 증가
- 광고주 매출
- ATT 이후 Meta 의존도가 높은 광고주는 매출이 39.4% 감소
- 규모가 작은 기업이 더 큰 타격, 이는 신규 고객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서
- 재구매 고객의 매출은 크게 변하지 않음
- 시사점
-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기업에 큰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
-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타겟 광고에 의존한다면 생존 가능성에 위협이 됨
- Meta에서 옮겨도, 다른 형태의 광고가 Meta 광고에서 얻었던 성과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함
논리적으로 잘 연결이 안되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입니다. 자기 자신을 대입해서 생각해보세요. 어제 하루 내가 스마트폰으로 사용했던 앱들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그러니까 언제 무슨 앱을 썼고 그 앱에서 무슨 행동을 했고 이걸 쭉 정리해보면 이게 나라는 사람의 의도나 관심사 그리고 이것에 기반한 행동을 잘 대변하는 편이겠죠?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수영 호흡법을 검색해보고 틱톡에서 수영장 쇼츠를 본다면, 이 사람에게는 수영과 관련성이 높은 컨텐츠를 추천해야 할거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군지를 어떻게 알아내는지가 중요해요. 내 이름이 뭔지 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완전히 개인정보에요. 마음대로 수집이 안되죠. 아까 IDFA가 단말기마다 고유하다고 했죠? 어떤 IDFA가 무슨 앱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수집하고 시계열로 쫙 뽑아보면 어떨까요? 이제 조금 더 이해가 되실거에요. 이 IDFA를 그냥 아무렇게나 수집할 수 있었어요, ATT 전에는. 이제 생각해보세요. 왜 광고 클릭률이 떨어지는지, 왜 구매가 줄어드는지.
진짜 문제
앞에서 언급한 파급력은 단순히 광고 업계에 국한되죠. 시야를 넓혀보면 사실상 산업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결론이에요. 이렇게 광범위하게 영향이 미치면 결국엔 모든 개인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편함이나 손해가 생길거에요. 제 생각은 이래요.
- 최종적으로는 무료 서비스의 감소
많은 온라인 서비스들을 생각해보세요. 광고 수익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유튜브 클립, 신문기사, 게임 등등. 개인정보 보호 강화로 광고 효율이 떨어져서 수익이 감소하면, 이런 서비스는 어쩔수 없이 유료화되거나 품질 낮아지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생기죠.
- 맞춤형 콘텐츠 부족
유저 정보가 있다면 광고뿐만 아니라 컨텐츠가 개인의 취향이나 필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되죠. 제 유튜브 계정을 가보면 이렇게 취향에 맞게 영상이 추천됩니다. 이런 추천이 약해지면 저는 크게 관심이 없거나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나 광고를 접하게 될거에요. 개인적으로도 반갑지 않은 일이고, 이런 서비스도 유저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 신규 고객 발견의 어려움
잠재 고객을 식별하고 타겟팅하는 것, 데이터 분석으로 이뤄져왔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이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전문화되고 되고 풀퍼널 그로쓰 마케팅이 비즈니스 내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발돋움했어요. 좋은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으로 이미 크게 성장해버린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 수많은 회사들이 신규고객을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요. 논문에서 그러죠 재구매 매출은 큰 영향이 없다고. 그렇다면 이미 충분한 고객이 있는 서비스는 그나마 낫지만 아직 고객이 부족해서 신규 고객이 필요한 회사들은 특히 어렵다는 의미죠.
마치며
ATT 이후 paid 트래픽에 의존하던 광고주는 매출이 두자리수 % 감소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는 걸로 봐야할거에요. Meta 광고주에서 39.4% 감소했고, 다른 매체로 옮겨서도 이것이 커버되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데이터 수집의 제한이 불러온 광고 타겟팅 프랙티스와 알고리즘의 변화, 이것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이미 상당히 커졌어요. ATT는 2021년 5월에 시작되었는데 이 시점 이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죠.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봅니다. 둘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규 사용자가 아직 부족한 기업들이 더 불리한 위치에 있으므로, ATT 류의 플랫폼 정책이 조금 더 완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